본문 바로가기

결혼일기

#18 결혼일기 "그는 하나님과 약속하는 자" 지난번에 얼핏 말씀드렸다. 나는 20살의 남편을 만났고 지금 그의 나이는 27살이다. 그는 20살에 서울 모 대학에 it학과로 입학한 공학도였다. 그에게 특이한 이력이 있다면 초6부터 고3까지 기독교 소재의 대안학교에서 학창시절을 보냈다는 것. 그리고 그는 거기서도 꽤 독실해서 별명이 목사님일 정도였다고 한다. 그 날은 그의 학과인 IT의 첫 술자리가 있었다고 한다. 신입생들 모두가 참여하고, 선배님들도 앉아계신 자리였으며 신입생들이 한 명씩 일어나서 자기 소개하고 "안녕하십니까 ~~~ 앞으로 잘 부탁드립니다!" 라고 외치며 소주를 한잔씩 마시고 있었다고 한다. 그리고 대망의 우리 남편 차례가 온 것이다. 그는 벌떡 일어나 이렇게 외쳤다. "안녕하십니까 저는 하코딩입니다. 저는 하나님과 약속했기 때문에 .. 더보기
#17 결혼일기 '두려움을 수반하는 사랑' 나는 과거를 잘 기억하지 못한다. 따라서 그와 오랜 연애를 했지만 그 연애의 전면모가 기억나지는 않는다. 그러나 생생하게 기억하는 순간이 있는데 바로 겨울의 한파에서 길한자락 위의 뒷모습이다. 내가 그와 교제를 시작했을때 나는 마음이 아프곤 했다. 믿었던 사람들에게 느낀 배신감과 앞으로 삶에 대한 막막함 나에 대한 자책까지 더해져서 집 밖에, 아니 방 밖으로 나갈 수 없었다. 나가는게 두렵고 힘겨웠다. 그런데 봄날의 햇살같은 그가 매일같이 우리집 문 앞까지 찾아와서 문을 두드렸다. 마음이 아프고 허물어져서 연약한 모습을 보이는 스스로가 너무도 싫고 혐오스러울 때 그가 매일같이 나를 보고 싶어했다. 내가 세상에서 가장 고귀한 사람이라도 되는 듯이 나를 찾아와서 내 얼굴을 볼 때마다 감탄하고 싱글벙글 웃었다.. 더보기
#16 결혼일기 '결혼을 결심한 이유' 나는 그에게 여러번 반했지만 그중 첫번째는 동아리 모임에서. 그때 나는 리더 였고 그와 여타 대다수는 멤버였다. 그 말인 즉 내가 다른 친구들을 챙기고 섬겨야하는 입장이었다는 것이다. 그러나 입장도 입장이겠지만 나는 그 때 정말 힘들었다. 시험기간이 막 끝나고 온 참이고, 법 과목 시험을 치고 온 참이어서 3일 밤을 새고 마지막 시험에서는 2시간 동안 미친듯이 머리에 들어 있는 지식을 종이에, 손으로 쓰고나니 멍~하고 심장이 쥐어 짜듯 아파서 사람이 이렇게 죽겠다 싶더라. 하지만 학기 마지막 동아리 모임이니 참석하지 않을 수 없어서 그 몸을 이끌고 모임에 가서 웃었다. 아무도 내 상태를 눈치 채지 못했는데 유일하게 그 하나만 나의 힘듦을 알아차리곤 걱정해주었다. 여기서 1차로 그가 달리 보였다. 다같이 .. 더보기
#15 결혼일기 '그에게 반한 이유' 언뜻 흘러가듯 한번 말한적이 있는데 내가 그에게 반한 순간은 아주 일상적인 순간이었다. 2016년 여름, 작지만 아름다운 시골마을로 동아리 여행을 간 날이었다. 당연하게도 나와 동아리 일원들은 함께 출발했고 그는 또다른 교회 수련회에 참석하느라 함께 출발하지 못했다. 서울에서 시골로 꽤 먼 거리 여행을 간대다 이미 수련회를 갔다면 힘들 것이라 그가 여행에 오지는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때 내 마음은 그가 못 와서 아쉽고, 혹시 올까 기대하느라 불안했다. 그런데 놀랍게도 그는 혼자서 그 작은 시골마을까지 왔다. 그의 참석이 아쉽고 불안한 내 마음을 어루만졌다. 고마웠다. 본래 아쉬움과 불안함, 마음의 불편함은 나만의 몫인데 그는 항상 나의 몫을 나눠주는 듯 했고 어떤 식으로든 나의 불안함을 어루만졌다... 더보기
#14 결혼일기 '음식' 함께 사노라면 매일 식사를 나누게 된다. 둘다 아침은 먹지 않고 점심은 나는 그냥 조금, 그는 회사 점심시간에 밖에서 먹다가 저녁엔 집에서 만나 매일 저녁 식탁 앞에 마주 앉아 함께 먹는다. 그와 나의 음식 취향은 살짝 다르다. 그는 한그릇 음식파, 나는 밑반찬파 그는 육식파, 나는 채식파 음식을 하는 것은 나인지라 나를 위해서 맛난 밑반찬을 만들어 차곡차곡 쟁여놓고 그를 위해서 매일 그날의 메인요리를 무엇으로 할지 고민한다. 그와 나의 음식 취향 중 같은 것도 있다. 한번 먹은 음식은 잘 먹지 않게 된다는 것 한번 먹고 두번 먹고 세번 먹는 것을 그다지 즐기지 않아서 한번에 많은 양의 음식을 한다면 낭패를 보게 된다. 남는 음식은 얼려 두었다가 한달쯤 뒤에 다시 해동하여 조리해서 먹어야 한다. 그렇다... 더보기
#13 결혼일기 '나풀나풀' 결혼일기라는 것을 자주 쓰기 힘들다. 결혼이 말이 결혼이지, 사실 그냥 일상이기때문이다. 그냥 흘러가기 마련인 일상의 한 조각을 건져내어 글에 녹여낸다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그래서 나는 이 세상의 모든 작가들을 존경한다. 결혼하고 보니 결혼한 그 사실이 무척 좋았다. 결혼한 그 남자와 함께 마트에 갔다가 집에 함께 돌아올 때 발가락 깊숙한 곳에서부터 엄청난 만족과 행복감이 올라와서 가슴을 한껏 채우곤 했다. 그리하여 내 마음은 행복으로 한껏 부푼 풍선처럼 되었다. 그것이 내가 결혼일기를 쓰기 시작한 이유이다. 그 행복을 어딘가엔 풀어 놓고 간직하고 싶었기때문이다. 그리고 누군가 행복해하는 사실을 보면 같이 행복할 수도 있지 않을까 싶었기 때문이다. 나는 누군가의 행복한 모습을 보면 덩달아 행복해지는데 .. 더보기
#12 결혼일기 ‘행복한 결혼생활을 유지하는 방법’ 나는 결혼 1년차 아직까지는 남편과 아주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결혼이 처음이라 경험에서 배우기보다는 주로 부모님을 보고 결혼생활을 배웠는데 먼저 배우자의 단점을 이야기하지 않는다. 옛말에 ‘시집살이는 귀머거리 3년 장님 3년 벙어리 3년’이라는 말이 있다. 배우자의 단점을 보아도 남에게 듣지 않고 보지 않고 말하지 않는다. 오로지 배우자와 둘이 해결한다. 원만한 대화로 둘의 관계를 더 돈독하게 할 수 있다. 단, 전제는 대화가 가능한 배우자를 만나는 것이다. 두번째로 각자의 분노 포인트를 넘지 않는다. 우리 부모님은 30년차 부부로 약 30년간 서로 사랑하면서 원만한 관계를 유지해오셨기 때문에 서로 잘 알고 서로에 대한 허용 범위도 넓은 편이다. 두분은 같이 놀 때 분노 포인트의 그 선을 넘을락 .. 더보기
#11 결혼일기 '별별' 결혼 전만 해도 결혼이 별건 줄 알았다. 결혼 후에 이젠 결혼이 별거 아닌 줄 안다. 지하철을 타고 다니다 보면 결혼정보회사 광고 사진을 보게 된다. 아주 예쁘게 꾸민 한 쌍의 남녀가 요리를 하는 사진 함께 누워서 책을 읽는 사진 카메라를 바라보고 행복한 듯 미소짓는 사진 보다보면 나 또한 미소짓고 행복해지게 된다. 하지만 결혼생활이 그런 것은 아닌 것 같다. 만약 나의 결혼을 카메라에 담는다면 나와 그는 거지꼴을 하고 무표정으로 요리를 하고 각자 누워서 핸드폰을 하던지 책을 읽고 카메라를 바라보며 의문스러운 표정을 짓지 않을까? 현실은 일상이 주를 이루니까 말이다.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