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기연애 썸네일형 리스트형 #9 결혼일기 '선' 그 애를 만난 건 22살 3월이었다. 같이 사는 언니가 "산냥아, 괜찮은 남자를 만나면 깃발을 꽂아야 한다." 라고 말한 터라, 이성에 대한 촉을 잔뜩 세운 때였다. 대학 졸업 전에 남자친구는 만들고 가고 싶었기 때문이다. 그 애는 마치 중학생 같았다. 축구 좋아하는 중학생. 거기서도 남자친구 만들기는 글렀다 싶어서 일이나 열심히 하자고 생각했다. 어느날 동아리 모임을 하는데 누군가 뒤늦게 참여한다고 했다. 아뿔싸, 늦은 한 사람을 위한 저녁밥이 없었다. 내 것이라도 주면 좋으련만, 이미 먹고 있는 중이었다. 나는 얼른 뛰어서 도시락을 사왔다. 뒤늦게 온 사람은 그애였다. 안 올 줄 알았는데. 그 애는 정말 성실했다. 다른 일이 있어도 무조건 모임에 참여 했다. 나중에 들어보니, 그애는 축구모임을 하는 .. 더보기 #8 결혼일기 '대화가 필요해' 가만히 앉아서 우리 부모님이 하시는 대화를 들으면 대화가 아닐 때가 많았다. 각자 본인이 할 말을 하고, 그런 대화의 와중에 의논해야할 것은 다 해결하고, 결론낼 것은 다 결론 내고 두 분 다 만족스럽게 끝나는 대화 아닌 대화. 자식은 부모를 닮는다고 했던가? 나와 그의 대화 중 절반 이상이 의미없는 대화 아닌 대화이다. 여보 나 사랑해? 여보 엄청 사랑하지 왜? 소중하니까? 왜 소중한데? 사랑하니까? 그게 뭐야 순환명제야? 하루에도 몇 번씩 이런 대화를 하곤 한다. 나는 똑같은 질문을 하고, 그는 똑같은 대답을 한다. 여보 혹시 내가 한심해보여? 아니? 내가 어떻게 여보가 한심해. 여보는 정말 대단하지 정말 그렇게 생각해? 당연하지 여보는 정말 멋있어. 물론 내 눈에. 치이... 하루에도 몇 번씩 이런.. 더보기 이전 1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