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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일기

#26 결혼일기 "내 남편은 그냥 그런 사람이라고 인정하기" 어제 자면서 남편과 두런두런 대화를 나누다가, 남편이 내게 물었다. "여보. 이제 나 덜 삐치고, 삐치고 나서도 여보한테 마음을 가다듬을 줄 시간을 주는 여유가 생긴 것 같아." 그 말을 들은 나는 헛웃음을 친다. 흥 말도 안되는 소리. 그는 바뀌지 않았다. 여전히 잘 삐치고, 마음이 어려울 때는 나에게 자기 마음을 꺼내 보이며 구구절절 공감을 요한다. 잠깐 MBTI에 대해서 이야기 해보자. 그는 INFP이고 나는 ENTJ이다. 그는 F, 감성적인 인간. 나는 T, 이성적인 인간이라고 한다. 나는 상황 파악이 먼저다. 그리고 공감을 제시한다. 상황을 파악해야 진정어린 공감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상황을 제대로 파악하지도 않고 하는 공감은 피상적인 것에 불과한 것이다. 다시 말하면 성의 없는 것이라 이.. 더보기
#25 결혼일기 "부부로 산다는 것." 흔히, 밥먹는게 꼴보기 싫어지면 그 사람을 사랑하지 않는거라고 한다. 그 흔한 이야기에 비추어 나의 마음의 크기를 살펴보기로 했다. 저녁이 되자 어김없이 남편이 온다. 고기를 좋아하는 그를 위해서 나는 고기를 산더미처럼 굽는다. 구운 고기와 고기가 들어간 김치찌개, 나를 위한 야채 볶음을 놓고 함께 밥을 먹는다. 남편은 참 열심히도 먹는다. 밥그릇을 긁어가면서 연신 너무 맛잇다면서 감탄한다. 그런 모습을 보는 나의 마음은.. 너무 행복하다. 참 귀엽고 행복하고 기특하고 그렇다. 관찰 끝. 나는 남편을 사랑한다. 어제 유투브 영상을 하나 보았다. 아.. 마음이 아팠다. 사실 두 분의 대화에서 나쁜 점이 있다고는 못 하겠지만 대화 내내 여자분의 눈망울이 너무 슬퍼보여서 마음이 아팠다. 남편 분과의 대화에서 .. 더보기
#24 결혼일기 "결혼, 천국인가 지옥인가?" 아무도 나에게 물어본 적 없지만, 만약 묻는다면?? 결혼할까, 말까? 나는 절대 하지 말라고 대답하고 싶다. 당신이 결혼으로 긍정적인 무언가를 얻고 싶다면. 연애해봤을 때, 연애는 배려와 사랑이었지만 결혼해보니, 결혼은 희생이다. 결혼하고 나서 나는 대다수 나의 여가시간을 그를 위해 쓴다. 그의 기관지가 좋지 않기에 바닥의 먼지를 제거하고 그가 고기를 좋아하기에 고기를 사러 마트에 간다. 그가 돼지고기 김치찌개를 좋아하므로 돼지고기 김치찌개를 끓이고 그가 퇴근했을 때, 저녁상이 차려있으면 감동하길래 저녁상을 차린다. 나만 그런것이 아니다. 그도 마찬가지이다. 결혼하고 나서 그도 대다수의 그의 여가시간을 나를 위해 쓴다. 나의 비위가 좋지 않기에 음식물 쓰레기가 생기는 족족 매일 버리고 내가 입이 짧기에 .. 더보기
#23 결혼일기 "4년 전 오늘 " 그의 휴대폰에 알림이 떴다. 4년 전 오늘의 사진을 확인하세요. 그와 나, 하늘 멀리 날고 있는 연, 달, 시린 겨울날의 하늘 4년 전 오늘의 사진에는 동심이 담겨 있었다. 그와 나는 결이 비슷한 사람이다. 결혼을 결심하게 한 것이 이것이었는데 세상을 바라보는 눈이 아름답다는 것. 또 둘다 참 순수하다는 것. 그리고 그것들을 중요한 가치로 여기고 지키기 위해 노력한다는 것. 그가 군대에 있을 때 선임이 물어본 적이 있다고 한다. 너네는 데이트하면 뭘 하느냐고. 우리는 주로 도서관에서 공부하고(그는 영화를 보고) 공원을 걷고 밥도 먹는다고 얘기했더니 지루하다는 표정을 지었다고 한다. 그렇다. 우리는 지루하게 연애했지만 누구보다 행복했다. 다른 게 없이 그 추위에 함께 연을 날리면서 행복했다. 교대로 연을 .. 더보기
#22 결혼일기 '애니어그램2번의 아내' 나의 애니어그램은 2번인 듯 하다. 2번의 특성은 어떤 것이 있는가 하니 1. 2번 유형은 어릴 적부터 같은 또래들이나 동생들을 잘 돌본다. 누구에게 무엇이 필요한지 얼른 알아채고 도우며 잘 준다. 2. 누구에게나 봉사를 잘 한다. 자신의 도움이 필요한 사람이 늘 눈에 띈다. 그러나 자신의 필요나 욕구는 잘 모르거나 피하려고 한다. 자신의 욕구나 필요는 모르쇠로 일관하려는 경향이 있다. 이와 대조적으로 남이 필요한 것은 잘 알고 채워준다. 실상은 따지고 보면, 자신의 필요는 기피하는 성향이 있기 때문에, 다른 사람에게 자기가 도와주거나 물건을 준 것을 이야기하면서, “나에게 그런 필요가 있을 때는 당신이 나에게 주어야 돼” 라는 신호를 보내는 것인지도 모른다. 3.어른이 되면 2번 유형은 봉사자로 나서기.. 더보기
#21 결혼일기 '애니어그램으로 알아보는 그와 나' 그가 애니어그램 9번 유형이라는 것은 알고 있었다. 그러나 내 유형에 대해서는 5번이라고 짐작만하고 있을 뿐 뭔가 석연치 않은 부분이 있었다. 그러다가 최근에 내가 애니어그램 2번 유형임을 확신하게 되었다. 다음은 애니어그램 9번과 2번에 대한 설명이다. 순서대로 9번, 다음 글에서는 2번에 대해서 설명하겠다. 먼저 9번의 특성은 1. 웬만해서는 화를 내지 않는다 2. 평소에 온화한 성품으로 여러 사람의 갈등을 조절하는 피스메이커로 활약하지만 반대로 극도로 우유부단하고 의욕이 없어 나를 답답하게 만들 수도 있다. 3. 주어진 현실에 대부분 만족하며 안주하려는 성향이 강하다. 이들이 자발적으로 성실하게 학교에 가고 바쁘게 움직이더라도그것은 그 상황에서 이들이 안정감을 느끼기 때문일 뿐이다 4. 인내심이 가.. 더보기
#20 결혼일기 '사랑을 노력한다는 게 말이 되니?' 몇 년 전 유행했던 가요 중 가수 박원의 '노력'이 있었다. 권태기가 온 화자가 상대방에게 자신의 권태기를 고백하는 내용이다. 가사 중 이런 내용이 있다. '나도 노력해봤어 우리의 이 사랑을 아픈 몸을 이끌고 할 일을 끝낼 때처럼 사랑을 노력한다는 게 말이 되니' 그런데, 말이 된다. 사랑은 노력해야 한다. 결혼이 그런 것이다. 내키지 않을 때도 한번더 노력해 보는게 결혼에서의 사랑과 책임인 것이다. 매일 청소해도 더러워지는 집을 매일 시간을 내어 청소하는 게 노력이고 하기 싫어도 식구들 입에 넣을 음식을 만들기 위해서 요리하는 게 노력이고 나가기 싫어도 내 배우자 먹여 살리기 위해서 일을 나가고 때로는 다른 일까지 하는 것이 노력이다. 아픈 몸을 이끌고 할 일을 끝내는 것 같이 노력하면 상대방이 알아채.. 더보기
#19 결혼일기 '괜한 서운함' 우리는 이제 결혼 1주년을 향해 간다. 안지 1년 연애 6년 결혼 1년, 도합 8년을 함께한 커플이다. 7년간은 서로 싸우거나 다투는 일이 자주 없었다. 결혼한 후에도 역시 그러했는데 1년을 다 채워가는 지난 12월에는 꽤나 많은 다툼이 있었다. 다툼의 원인은 정말 별게 아니다. 그냥 서운한 것 같은 마음이다. 우리는 암묵적인 룰이 있다. '관계는 쌍방이다. 서로의 마음을 책임져준다.' 그리하여 그가 서러울 때, 나는 그의 서러움을 풀어야 하는 의무를 가지고 있고 내가 서러울 때, 그는 나의 서러움을 풀어야 하는 의무를 가지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그렇다. 연애 때는 둘만의 세상에서 꽁냥꽁냥 했다면 결혼 후에는 둘의 세상이 확장되었다는 것이다. 그가 회사에서 가져온 설움까지 내가 풀어줄 수 없고 내가 ..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