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히들 4살을 '미운 네살'이라고 한다.
4살 정도가 자아가 생성되는 나이라서,
고집을 부리기도 하고 '싫어'라는 말을 하기에 그렇다고 한다.
나의 남편 유하멍군은 2017년 부터 미운00살의 연속으로 살아오고 있다.
그는 이전까지 자신의 주장을 강력하게 펼치지 않고 두루두루 둥글둥글한 척 살아왔다.
그리고 나를 만나고, 나와의 연인관계에 몹시 안심을 하자 자신의 진면목을 알기에 이른다.
2017년부터 2021년까지는
'아, 나는 치킨을 좋아하는 사람이구나.'
2022년에는
'아, 나는 생각보다 주장이 세고 예민한 사람이구나.'
그렇다.
그의 온화하고도 차분한 성품에 반하여 연애를 하고 결혼을 했건만
그는 예민하고 자기주장이 강한 사람이었던 것이다.
그렇게 뒤늦게 자아를 생성해가는 그는 매번 나에게
싫어, 안돼, 안해 라는 말을 했다.
이를테면 결혼 준비를 할때 말이다.
내가 그에게 묻는다.
"여보 이 냉장고 어때?"
그가 나에게 답한다.
"음.. 좀 그래."
내가 그에게 묻는다.
"왜?"
그가 나에게 답한다.
"그냥."
내가 그에게 말한다.
"여보, 내가 열심히 찾은 상품이 싫다면 이유를 말해주면 좋겠어.
그래야 그걸 반영해서 모두가 만족할 상품을 고르지."
그가 나에게 말한다.
"좀 비싸."
......
나는 살짜쿵 열이 받지만 그래도 자아를 생성해가는 그가 대견하고 귀엽기는 하다.
사랑이 죄다.
그는 받아주는 내 모습에 행복하고 더더욱 자신의 자아를 뽐내기 시작한다.
마음껏 "별로별로"하면서 자신의 자아를 확립해가는 것이다.
그게 왜 결혼 준비의 시점인지는 모르겠지만....
이러다가 내가 그에게 화를 낼지도 모르기 때문에
결혼 생활 경험이 있으신 시어머님께 여쭈었다.
어머님은 말씀하셨다.
"그냥 물어보지 말고 네가 진행하렴."
지당하신 말씀이다.
어머님 말씀대로 하니 다시 내 마음에 평화가 찾아왔다.
역시 경험자는 지혜롭다.
그렇게 우여곡절 결혼준비를 마치고 결혼생활을 할 때도 그는 변함이 없고
나는 이제 그의 그런 모습에 적응했다.
사실 처음 만난 1년 동안 나에게 다 맞춰주는 유하멍군 덕분에 편리했지만
그 이후 자아를 생성하고 의견을 내기 시작하는 그의 모습에 뿌듯하고 대견하다.
그리하여 이제는 그의 의견을 듣고 존중하는 재미가 있는 것이다.
이렇듯 결혼생활은 참 어렵지만 즐겁고 배우는 점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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