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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일기

#27 결혼일기'페미니스트들의 결혼생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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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을 쓰기 전에 페미니스트가 무엇인지 정의하고 시작하겠다.

페미니스트는 여성주의로

여성을 포함하여 성별 등의 정치ㆍ경제ㆍ사회 문화적인 평등을 지향하는 사상 혹은 활동이다.

 

나는 좀 특이한 집에서 자랐다. 

아빠가 적극적으로 집안일에 참여하는 집에서 자랐다.

언젠가 내가 부모님께 둘의 육아 비중은 어느정도냐고 물었다.

엄마는 대답했다. 

"내가 6, 아빠가 4"

그러자 아빠의 두 눈이 휘둥그래지며 억울하다면서

"무슨소리야 내가 6 엄마가 4"

라고 하셨다. 즉 말하자면 둘이 거의 비등하게 육아를 하신 것이다.

그들의 자식인 나도 기억을 더듬어 보면

나의 학예회, 담임선생님과의 상담에는 늘 아빠가 오셨던 기억이 난다.

엄마가 온 적은 거의 없었던 것 같다.

그리고 아주 생각이 나지 않은 아기 때에 대한 엄마의 이야기를 들어보자면,

그 90년대 시절에 아빠가 아기를 앞에서 매고 운전도 하고

어디에 데리고 가기도 하고 그랬다고 한다.

말하자면 최근 북유럽 아빠들에게 육아대디라고 이름 붙이는데

우리 아빠는 그 시절의 유일한 육아 대디였다는 것이다. 

 

그리고 집안일의 비중을 생각해보자면 둘의 집안일 비중은아빠가 9, 엄마가 1이다.

대다수의 집안일은 아빠가 한다.

일단 엄마가 설거지를 하면 나는 놀라고,

엄마가 쓰레기를 버리는 장면은 본 적이 없고,  

엄마가 청소를 하는 장면도 나에게 생경하다.

아이 셋을 낳고 일까지 하느라 고생한 엄마에 대해서

아빠가 늘 안쓰럽게 여기고 고마워하느라,

혹시 몸상할까 싶어서 엄마의 눈에 띄기 전에 아빠가 이미 모든 것을 다 처리해버린 탓이다.

 

그런 두 분의 딸인 나는 유하멍 군과 결혼했다.

신기하게도 유하멍 군의 집안은 모부장사회로, 엄마가 군림하는 가정이라고 한다. 

(그의 말을 듣자면 그러하다. 실상은 아버님도 우리 아빠 못지않은 사랑꾼이셔서 그런것 같다.)

그 부분에 있어서 우리 집보다 유하멍 군의 집이 더하다고 한다.

우리집은 적어도 명목상은 가부장사회니까.

예를 들어본다면,

우리집은 짐이 여러 개가 있을 때 우리 아빠가 대다수를 들고

아주 조그만 짐 하나는 엄마한테 들어달라고 부탁하여 

엄마는 귀엽게 조그만 짐 하나를 들고 가는 집이라면

유하멍군의 집은 짐이 여러 개가 있을 때 

쿨하게 아버님과 하멍군이 모든 짐을 들고 가는 집이랄까.

(어머님을 몹시도 아끼는 집안같다. 보기 좋다.)

 

그런 나와 유하멍 군이 결혼할 때, 

우리는 집안일에 대한 대화를 나누었었다.

집안일은 당연히 남자가 하는 것이라고 생각했던 유하멍 군은

내가 집안일을 함께하겠다고 했을 때 감동했다.

'집안일을 함께 하다니, 이 여자는 보기 드문 여자구나.'

 

요즈음 내가 시험이 끝나고, 나의 건강 상태가 악화되어나는 집에만 있는 상황이다.

그러면서 나는 심심하기도 하거니와 원래 내 성격이 약간은 가만히 있지 못하므로

매일 집안일을 하고, 남편의 저녁 밥상을 차리고, 장을 보곤 한다.

그리고 그는 집안일을 거의 하지 않는다.

늘 하던 쓰레기 버리기 정도?

(사실 주 3번 쓰레기를 버리고 치운다. 쉬운 일은 아니라고 인정한다.)

그리하여 페미니즘 관련 책을 읽을 때 약간의 억울함이 밀려오곤 했다. 

우리 집은 과연 평등한 집일까? 

 

평등하지 않은 것 같았다.

집안일의 비중을 따지면 내가 훨씬 더 높으니까.

그리고 심지어 유하멍 군은 내가 해주는 요리에 어떤 재료가 필요한지, 레시피가 무엇인지아예 알지 못한다. 

한번도 해본 적이 없기에..

따라서 약간은 억울한 감정이 앞섰다.

불평등하다고.

 

하지만 이제 깨달았다.

평등이라는 말에는 계산이 담겼다는 것을.

사실 고백하자면, 내가 공부를 하는 기간 동안 나는 거의 집안일을 하지 않았다.

집안일은 일하는 그가 완전히 전담했다.

내가 한다면 집안일을 돕는 정도였다.

그리고 공부를 하지 않는 동안은 내가 집안일을 전담했다.

부부 사이에서 평등은 따질 수가 없다.

늘 상황은 변화 무쌍하기때문에 

칼같이 딱 나누어 누가 무엇을 하자고 정하기 어렵다.

하지만 부부가 평등할 수는 있다.

서로의 상황에 대해서 안쓰러워하고 내가 조금 더 배려함으로 상대를 돕는 것.

상황이 바뀐다면 기꺼이 상대의 도움을 내가 받아드릴 수 있는 것.

그것이 부부의 평등이자, 페미니즘이라고 할 수 있겠다.

 

성별을 떠나서, 상대를 한 사람의 인간으로서 존중하고 사랑하는 것이 페미니즘이 될 수 있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