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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 세자매이야기 '오기 막둥' 어릴적 막둥이의 이야기를 듣다 보면 정말 신기한 구석이 있었다. 시험을 본 날이면 막둥이는 정확하게 자신이 몇 개를 틀렸는지, 어떤 문제를 틀렸는지 예측했다. 무엇을 틀렸는지 잘 모르는 내 입장에서 막둥이의 그런 모습은 정말 신기했다. 그런 막둥이는 전국에서 알아주는 고등학교에 갔다. 고등학교에 들어간 막둥이는 곧 좋은 친구들을 만나서 학교 생활에 잘 적응해 나갔다. 중학교 때는 늘 날이 서있던 막둥이는 고등학교 때 날이 조금 무뎌지는 모습을 보였다. 마치 이 사진 같달까 하지만 막둥이는 남몰래 좌절을 많이 한 모양이었다. 이미 고등학교 수학을 다 끝내고 대학교 수리논술문제를 푸는 그 학교에서 정상적인 고등학생이었던 막둥이는 좌절을 맛봤다고 한다. 그리하여 수능이 끝나고 모 학교에 전액장학생으로 입학한 .. 더보기
영화 '황야' 솔직 후기 총을 가진 군인들에게 칼로 대항하는데도 멀쩡한 마동석. 잘생긴 이준영. 속 시원한 액션. 뻔한 스토리지만 재미는 있는 영화. 배우들의 연기가 개연성. 더보기
#32 결혼일기 '남편이 응급실에 갔다.' 나의 본가에 모임이 있어서 모임 전날의 늦은 시간에 갔다. 남편과 함께 복싱을 격하게 하고 난 뒤에 출발했다. 관장님이 격하게 시키는 체력운동에 힘들어하는 남편을 놀렸다. 귀여워서. "격투기 선수가 꿈이라면서 체력운동이 그렇게 힘들어?" 복싱장에서 내 속이 안좋았다. 뭘 잘못 먹었나. 집에 오니 남편 속이 안좋단다. 뭘 잘못 먹은걸까. 복싱에, 이동시간까지 합쳐져서 몸이 곤했던 우리는 집에 도착하기 무섭게 자리에 누워서 잠이 들었다. 한참 꿀 같이 잠을 자는데 옆에서 낑낑거린다. 깜짝 놀라서 깨어나보니 남편이 낑낑거리고 있다. 이런적이 없었는데 남편이 아픈가? 한번 잠들면 누가 업어가도 모르는 사람이. 그때가 새벽3시였다. 3시부터 남편의 고통이 시작된 것이다. 한참 힘들어하는 남편의 배를 쓸어주고 있는.. 더보기
#17 세자매 이야기 "위로의 천재 이계동" 인생을 살다 보면 좋은 일도 있지만 나쁜 일도 있다. 아직 20대에 불과한 우리 세자매에게 나쁘면 얼마나 나쁜 일이 있었겠느냐만은 입시 실패나 직장 신입때의 어려움은 꽤나 나쁜 일이어서 그때마다 자매 중 한 사람은 낙담하거나 슬퍼하거나 힘들어하느라 방에 콕 틀어박혀 있곤 했다. 내가 고3때 가고 싶은 학교가 있었다. 수시 원서를 그 학교에 2장이나 넣었으나, 면접을 보고 난 후에 예비를 받았다. 끝내 난 그 학교에 합격하지 못했다. 내 인생 최초의 좌절스러운 경험이었다. 방에 들어가서 침울해하고 눈물을 뚝뚝 흘리고 있는데 가족들 중 아무도 그 방에 들어올 엄두를 내지 못했다. 내가 너무 힘들어하니까 들어와서 어떻게 위로를 해야하는지 잘 모르는 탓이었다. 방 밖에서 안타까워할 뿐이었다. 그때 둘째 계동씨는.. 더보기
#31 결혼일기 "과체중에 충격받은 남편" 언젠가 나는 인바디 겸용 체중계를 당근에서 구매했다. 그리고 매일 아침 공복에 체중을 재서 기록하곤 한다. 엄청난, 장족의 발전이다. 사실 나는 거식증을 앓은 적도, 폭식증을 앓은 적도 있는 사람임을 고백한다. 나의 몸과 신체를 엄청 미워하여서 체중계에 올라가서 내 체중을 보는 것이 너무 공포스러워서 근 10년간은 체중계에 올라가지 못했다. 남편을 만나고 나서 폭식증이 사라졌다. 그가 있는 그대로 나를 사랑하고 인정해주었기 때문에 그 7년의 세월동안 나 또한 그의 눈을 빌려서 나를 볼 수 있게 되었다. 나를 사랑하고 내 몸과 신체를 긍정하고 인정할 수 있게 된 것이다. 그리하여 어느 순간 나에게는 궁금증이 생긴다. "언제는 몸이 무겁고, 언제는 몸이 말라서 너무 힘든 것 같고. 나의 적정 체중은 어느 정.. 더보기
#16 세자매 일기 "네, 제가 태어났습니다. 전 피곤하니 자볼게요." 오늘은 나, 이산냥의 이야기를 써보고자 한다. 나는 2월의 어느 날 새벽 2시 12분에 태어났다고 한다. 내가 태어나던 날에 추웠는지 어쨌는지는 모르겠다. 산통을 느낀 엄마가 병원으로 향했을 것이고, 일터에 있던 아빠에게 이 소식이 갔을 것이다. 나를 갖고 나서, 우리 엄마는 당근을 착즙하여 만든 신선한 당근주스를 자주 마시곤 했다. 아빠는 그런 엄마를 위해서, 공판장에서 흙당근을 사다가 정성스레 흙을 제거하여 씻고 수동식 착즙기에 깨끗하게 씻긴 당근을 넣어서 당근주스를 만드는 수고로움을 마다하지 않았다. 엄마 뱃속에 내가 들어있다는 것을 안 날. 우리 부모님은 둘이 손을 꼭 붙잡고, 꽤 먼거리의 길을 행복하게 걸었다고 한다. 가진 돈은 많지 않은 가난한 신혼부부였지만 서로를 위하는 사랑만큼은 꽤나 풍족.. 더보기
#30 결혼일기 '격투기 선수가 되고 싶은 남편' 블랙컴뱃을 아는가? https://www.youtube.com/watch?v=UK-XuD6Gl6g 내 남편의 favorite이다. 그는 매일 저녁 이 유투브 채널을 보면서 격투기 선수에 대한 동경을 키우고 있다. 내 시험이 끝나고 긴 휴식시간이 시작되었다. 긴 시간 동안 체력증진과 휴식에 초점을 맞춘 생활을 하면서 남편과 나, 둘이서 함께 운동을 하면서 바깥 생활을 함께 하자는 의견을 나누었다. 따라서 여러가지 운동, 이를테면 유도, 크로스핏, 태권도, 필라테스, 요가, 복싱 등을 두고 고민하다가 격렬한 운동이면서 가까운 곳에 복싱장이 있으며, 블랙컴뱃의 격투기와 유사한 복싱을 선택하게 되었다. 그의 몸무게가 거의 70kg까지 올라갔고, 늘 50kg내외를 유지하던 내 몸무게가 52kg까지 올라감에 따라서.. 더보기
#15 세자매 이야기 '찐득이 이계동' 우리집 둘째 이계동. 그녀는 마침내 무럭무럭 자라나서 말도 할 수 있는 아이가 되었다. 분명히 침을 많이 흘리는 아이는 말을 잘 한다고 했는데 계동이는 가족 앞에서는 말을 잘 했지만 남들 앞에서는 말을 거의 하지 않는 수줍은 아이였다. 해서, 그녀의 말을 대신 하는 사람이 내가 되었다. 잘은 모르겠지만 나는 어릴적 침을 많이 흘리진 않는 아이였던 것 같은데 계동씨가 자신의 말을 나에게 대신하여 시키는 덕분에 오히려 내가 말을 잘 하는 아이로 자라났다. 계동씨는 겉으로 보기에 수줍음이 많고 아주 귀엽고 예쁜 아이였지만 속 안으로는 엄청난 두뇌를 가지고 있었다. 둔한 언니인 나를 쥐락펴락했다. 주 무기는 눈물이었다. 계동씨는 언니인 내 마음이 약한 것을 알고 있었으며 눈물을 자유자제로 흘릴 줄 아는 능력을 ..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