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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만히 앉아서 우리 부모님이 하시는 대화를 들으면
대화가 아닐 때가 많았다.
각자 본인이 할 말을 하고,
그런 대화의 와중에 의논해야할 것은 다 해결하고,
결론낼 것은 다 결론 내고
두 분 다 만족스럽게 끝나는 대화 아닌 대화.
자식은 부모를 닮는다고 했던가?
나와 그의 대화 중 절반 이상이 의미없는 대화 아닌 대화이다.
여보 나 사랑해?
여보 엄청 사랑하지
왜?
소중하니까?
왜 소중한데?
사랑하니까?
그게 뭐야 순환명제야?
하루에도 몇 번씩 이런 대화를 하곤 한다.
나는 똑같은 질문을 하고, 그는 똑같은 대답을 한다.
여보 혹시 내가 한심해보여?
아니? 내가 어떻게 여보가 한심해. 여보는 정말 대단하지
정말 그렇게 생각해?
당연하지 여보는 정말 멋있어. 물론 내 눈에.
치이...
하루에도 몇 번씩 이런 대화를 한다.
그도 똑같은 질문을 하고 나도 똑같은 대답을 한다.
부부 사이에는 엄청난 대화의 기술이 필요하지 않은듯하다.
남이 듣기에는 저게 뭔 대화인가 싶겠지만
둘끼리는 만족스럽고 서로의 관계의 틈을 메우는 감정의 주고 받음.
혹시 사랑받지 못하면 어쩌나,
이 순간에도 그가 나를 사랑할까 근거 없이 불안한 내 마음을
우리의 대화가 다독이고
혹시 한심할까, 뒤처질까 쉬어도 괜찮은가.
쉬어도 그녀가 나를 사랑하고 멋있게 봐줄까 불안한 그의 마음을
우리의 대화가 다독인다.
내내 바쁜 삶을 살다가 잠시 쉬는 순간마다 불안한 우리의 마음을 서로가 다독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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