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에게 제일 중요한 것은 무엇인가?
밥이다.
우리 부모님은 벌써 30년째 함께 살아오고 계신다.
두 분은 하나부터 열까지 다른데
대표적인 것이 밥 즉 한국인으로서 정체성이 다르다.
엄마는 된 밥을 좋아하시고 아빠는 진 밥을 좋아하시며
엄마는 꼬들꼬들한 라면을 좋아하시고 아빠는 푹 퍼진 라면을 좋아하신다.
라면의 경우 엄마가 먼저 라면을 드시고 라면이 푹 퍼질 즘에 아빠가 라면을 드시는 것으로 합의를 볼 수 있었겠지만
밥의 경우엔 얘기가 다르다.
어느 날 새벽, 엄마가 밥을 하고 계셨다.
나에게 굉장히 이색적인 풍경으로
보통 우리 엄마는 새벽기도에 갔다가 운동을 가시거나 아침잠을 주무시기 때문이었다.
놀라서 대체 엄마 지금 뭐하느냐고 물었더니
자긴 진 밥이 싫댄다.
그렇다고 부지런히 밥을 해주는 아빠에게 뭐라할 수는 없으니
엄마가 아빠보다 일찍 일어나서 밥을 하면 내가 원하는 고슬고슬한 밥을 먹을 수 있지 않겠냐는 것이다.
그렇게 그 날은 고슬고슬한 밥을 먹을 수 있었다.
그러나 우리 아빠는 자신의 아내가 아침부터 일어나 밥을 하는 모습에 걱정이 되셨나보다.
잠을 자거나 운동을 하는 사람이 밥을 하고 있으니
자기가 먼저 일어나서 밥을 해 놓으면
우리 아내가 집안일 걱정 없이 자신의 체력을 위한 시간을 보낼 수 있을거라 생각하고는
그 다음날 더 이른 새벽에 일어나서 밥을 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날도 고슬고슬한 밥을 지어 먹고 싶어서 새벽에 일어난 엄마는 밥솥을 열어보고 무슨 생각을 하셨을까..
엄마는 더 이른 새벽에 일어나서 고슬고슬한 밥을 했고
아빠는 그 보다 더더 이른 새벽에 일어나서 된 밥을 했고..
그러다가 어느순간 나는 된 밥만 먹게 되었다.
마침내 엄마가 내려놓은 것이다.
그리고 엄마는 말한다.
더 부지런한 사람이 하는대로 먹을 수 밖에 없어..
다름을 받아들이는 것이란..
'결혼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7 결혼일기 '속았다.' (4) | 2023.12.04 |
---|---|
#5 결혼일기 '피가 거꾸로 솟는 기분' (3) | 2023.12.02 |
#5 결혼일기 '경외' (4) | 2023.12.01 |
#4 결혼일기 '내가 너랑 결혼해도 될까?' (1) | 2023.11.30 |
#3 결혼일기 (1) | 2023.11.2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