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을 살다 보면 좋은 일도 있지만 나쁜 일도 있다.
아직 20대에 불과한 우리 세자매에게 나쁘면 얼마나 나쁜 일이 있었겠느냐만은
입시 실패나 직장 신입때의 어려움은 꽤나 나쁜 일이어서 그때마다 자매 중 한 사람은
낙담하거나 슬퍼하거나 힘들어하느라 방에 콕 틀어박혀 있곤 했다.
내가 고3때 가고 싶은 학교가 있었다.
수시 원서를 그 학교에 2장이나 넣었으나, 면접을 보고 난 후에 예비를 받았다.
끝내 난 그 학교에 합격하지 못했다.
내 인생 최초의 좌절스러운 경험이었다.
방에 들어가서 침울해하고 눈물을 뚝뚝 흘리고 있는데
가족들 중 아무도 그 방에 들어올 엄두를 내지 못했다.
내가 너무 힘들어하니까 들어와서 어떻게 위로를 해야하는지 잘 모르는 탓이었다.
방 밖에서 안타까워할 뿐이었다.
그때 둘째 계동씨는 내 방문을 벌컥 열고 성큼 성큼 문지방을 넘었다.
그리고 나를 끌어안았다.
내가 우는 한동안 나를 끌어안고 위로 하더니 이내 성경책을 가져와서 아무데나 펼쳐댔다.
아무데나 펼쳐서 나오는 말씀을 읽으면서 어떻게든 내 상황에 연결시키면서 위로하는 것이었다.
절망에 눈물을 흘리던 나는 계동이의 그런 모습에 웃기 시작했다.
그녀의 위로 덕분에 나는 방 밖으로 다시 나왔다.
계동이는 참 좋은 사람이다.
내 동생이라서 하는 이야기가 아니라 정말로, 객관적으로 정말 좋은 사람이다.
곁에 두면 인생이 필 것 같은 너무나 좋은 사람이다.
사람들도 그걸 아는지 계동이는 학교에서도, 직장에서도 인기가 참 많다.
매년 계동이의 생일이 되면 계속해서 계동이 생일선물 택배가 들이닥친다.
그 생일선물의 무더기에 나는 슬쩍 생일선물을 빼먹고 넘어가기도 한다.
계동이는 생일선물을 빼먹는 것은 용서하지만 생일 편지만은 절대 빼먹지 못하게 신신당부하는데
그래서 계동이의 생일이 되면 나와 막내 개똥이는 계동이를 향한 세레나데가 적힌 편지를 꼭 쓴다.
그리고 직접 그것을 낭독하는 시간을 갖는다.
그러면 온가족이 눈물바다가 되기도 하고 웃기도 한다.
나는 계동이와 함께 했던 삶의 조각들을 사랑한다.
앞으로도 그녀와 이렇게 함께하고 싶다.
그녀에게 많은 친구가 있지만 그래도 나와 막내 개똥이가 최고의 1순위이길 바란다.
친구는 상황에 따라 달라질 수도 있겠지만 우리는 상황이 달라져도 영원한 세자매일 것이기 때문이다.
세자매로 그녀 곁에 평생토록, 징그럽게 붙어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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