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우리집 첫째,
계동씨=우리집 둘째,
개똥이=우리집 막내.
계동씨는 말하곤 했다.
"나는 막둥이 대신 죽을 수도 있을 것 같아."
그 이야기를 들은 나는 대답한다.
"그럼 난?"
계동씨는 눈빛으로 말한다.
'내가 언니 대신 죽을 수는 없고 언니가 나 대신 죽어주면 안돼?'
막둥이에 대한 계동씨의 사랑은 각별하다.
우리 어릴 적 엄마가 안계시던 시기가 있었다.
(엄마가 대학원 기숙사에 공부하러 가시고,
임용고시를 보시느라고 잠깐 부재하던 시기가 있었다.
물론 그때 휴일, 방학 때마다 우리는 아빠랑 엄마를 보러 갔고
엄마에게 편지가 왔었다.)
그 때 계동이는 매일 아침 막둥이의 머리를 빗겨서 묶고 옷을 입혔다.
막둥이 엄마 없는 아이처럼 보이면 친구들이 안 놀아준다고
아침마다 신경써서 깔끔하게 머리를 빗기고,
깔끔한 옷으로 골라서 입힌 것이다.
계동씨는 유독 절교를 많이 했다.
혹시 친구들 중에서 약간이라도 막둥이를 무시하거나 함부러하면
그 즉시 그 친구와는 절교를 한 탓이다.
자신이 친구를 포기할지 언정, 막둥이 하대받는 꼴은 못 보겠다는 것이다.
계동씨는 막둥이의 알림장까지 꼼꼼히 챙겼다.
자기는 문구점가서 준비물달라고 말도 못하면서,
막둥이의 준비물은 살뜰하게도 챙겼다.
숙제까지 꼼꼼히 챙겼다.
자기도 아무것도 모르면서 그렇게 살뜰히 챙겼다.
그렇게,
막둥이의 발목에는 서서히 얇디 얇은 발찌가 생겨났다.
혹시 코끼리의 족쇄 이야기를 아는가?
아기 코끼리 때부터 얇은 족쇄를 채워놓으면 어른 코끼리가 되어도 그 족쇄를 풀 생각을 못한다는 것.
그런 족쇄처럼 아기 막둥이의 발목에도 발찌가 채어져서 성인 막둥이가 되어도 그 발찌를 풀 생각을 못한다.
지금 우리 막둥이는 거의 계동이의 수족처럼 지내곤 한다.
싫어도 언니의 부탁은 거절하지 못하고, 작은언니의 숙면을 위해서 그녀가 잠들 때 까지 옆에 누워있어 주는 것이다.
물론 내가 수족, 족쇄, 발찌 같이 부정적인 어투를 쓰긴 했지만
모든 관계가 그러하듯이 늘 좋은 것만 있지는 않다. 좋기도 하고 나쁘기도 한 것이 관계이다.
나쁜 것에 대해서 툴툴대면서도 사랑하기 때문에 그것을 참아내는 것이다.
계동씨와 막둥이.
그 둘의 우애를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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