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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일기

#5 결혼일기 '경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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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애6년, 결혼 1년차를 보내면서

우리는 딱히 싸운적이 없다.

싸움의 정의를 어떻게 내려야 하는지부터 불명확하지만

일단 서로 언성을 높여서 감정이 상한적은 한번도 없다.

서로에게 상처받은 적도 없다.

 

다툼에 이어 서로 감정까지 상하는 것을 싸움이라고 정의한다면

우리가 다툰적은 종종 있다.

여느 연인들이 그렇듯, 지나고 나면 생각도 나지 않는 사소한 일이다.

다툼의 순간에 우리는 대처법이 서로 다르다.

그는 감정이 불편한 즉시 풀어야 하는 타입이고

나는 감정이 불편하면 잠시 혼자서 생각하고 정리한 후 대화하기를 원하는 타입이다.

 

연애 초반, 그와 내가 다른 사람이기에 약간의 다툼이 있었는데

이제와서 이유는 기억나지 않지만 그때의 상황은 기억이 난다.

그가 서운함에 광광거릴때 나는 회피하고 싶어 했지만

이미 서운함에 휩싸인 그는 전화를 끊어주지 않았다.

자신의 불편함이 사그라들때까지 함께 있으며 마음을 풀어달라는 것인데

나도 너무 불편하고 화가 났지만

여기서 화를 낸다면 내가 풀어내야할 문제가 더 커진다.

작은 문제만 적절하게 풀기 위해서 참자.

라고 생각하며 그 시간을 견뎌냈다. 

물론 속으로 이를 갈았지, 

이만 갈았겠는가? 칼도 갈았지.

그리고 그의 마음이 풀려서, 다시 행복한 그로 돌아가면

이제 나도 시작한다.

 

이제 마음이 풀렸어? 괜찮아?

듣기에는 사려깊은 말 같겠지만 이건 신호탄이다.

나 그동안 참았는데 이제 너도 내 불편함을 받아줄 준비가 되었니?

그리하여 이제 그의 동공이 흔들리기 시작한다.

 

이렇듯

내 말과 행동이 어떤 결과를 낳는지 생각하게 되기에

이제 우리는 늘 말과 행동을 조심하며

서로를 두렵고 떨리는(?) 마음으로 대하며 산다.

그래서 싸움은 없다!

 

서로 사랑하는 사이지만

서로가 제일 무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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