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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자매이야기

#7 세자매 일기; 내동생 계동이와 계동이 동생 개똥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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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대권력 절대군주

어릴적 나는 절대권력을 가진 큰언니였다.

우리 엄마는 아주 자랑스러운 이력을 가지고 계시다.

국립대 사범대를 나오셨으나 군부정치 때 갑작스러운 정책 변화로 임용이 되지 않으셨다고 한다.

 그래서 그 때 가정교육교사로 임용되어 일하지 않고아빠를 만나서 우리 세자매를 낳고 어느정도 키운 다음에

시 교대에 편입하여 초등학교 교사가 되신 경우이다.

엄마가 어릴적부터 꿈꿔왔던 교사라는 꿈을 이루는 동안

우리 어린 세자매는 잠시 엄마의 빈자리를 느껴야했기때문에

나에게 절대 권력을 주시고 우리 셋의 서열관계를 명확히 한 것이다.

 

사실 고백하자면 나는 권력을 좋아하는 사람은 아니다.

권력은 봉사하고 양보해야하는 일이 많고 책임져야하는 일만 많을 뿐

그렇게 매력적이지는 않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어쩌겠는가. 태어나보니 첫째였는 걸. 

권력을 행사하고 싶지는 않았지만 권력을 행사해야하는 위치에 있었다.

그 이유는 다음과 같다. 

 

계동이는 예나 지금이나 멋쟁이로 폼생폼사 스타일이다. 

어릴적 계동이는 한복 속치마를 참 좋아했는데

어떤 계절이건 속치마를 입고 나가겠다고 하는 아주 착한 아이었다. 

그날도 그녀는 자신의 눈에 아주 예뻐보이는 속치마를 입고서

놀이터에 간 참이었다. 

그리고 그 긴 치마를 입고 미끄럼틀을 거꾸로 오르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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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0년대 생이면 다들 아실 것이다.

우리의 어린시절은 혹독한 스파르타였다. 

미끄럼틀도 예외가 아니었다.

철제미끄럼틀에, 높았고, 놀이터는 모래로 채워져 있었다.

푹신한 우레탄 바닥따위는 없었단 말이다. 

그시절 미끄럼틀, 놀이터

 

이야기로 다시 돌아와서, 계동이는 저런 미끄럼틀을 긴 속치마를 입고 거꾸로 오르다가

속치마 끝단을 밟고 미끄럼틀 밖으로 떨어져서

딱딱한 모래바닥에 그대로 추락했다.

'퍽'

엄살이 심한 계동이라서 곧 울면서 언니를 찾을줄 알았건만

미동도 없었다.

머리부터 떨어진 터라 모래에 얼굴을 박은 채로 계속 가만히 있었다.

내 등에서 식은땀이 머리에서 등골을 타고 일자로 흘렀다.

'죽었나?'

내 머리가 새하예졌다. 동생의 죽음을 눈 앞에서 목격한 건가?

큰언니라고 하지만 나와 계동이는 1살 차이로 그때 나도 어린 아이였기 때문에 몹시 놀라고 무서웠던 것이다.

 

주변에 있던 아주머니에게 미친듯이 달려가서 말했다.

"방금 제 동생에 미끄럼틀에서 떨어졌는데요. 죽은 것 같아요. 일어나지 않아요."

그 아주머니도 내 얘기를 듣고 몹시 놀라서 

우리 둘은 미끄럼틀 옆에 얼굴을 박은채로 있는 계동이에게

같이 미친듯이 뛰어갔고

감사하게도 그 아주머니는 계동이를 업고, 나는 우리 집으로 안내해서

엄마아빠에게 계동이를 데려갔다.

 

부모님은 계동이의 턱을 보더니 찢어졌다며

내 놀란 마음을 추스릴 새도 없이 계동이를 병원에 데려가셨고

계동이가 병원에 간 사이 나는 놀란 마음을 진정시키지 못한채

눈물을 찔끔찔끔 흘리며 기다렸다. 

'이제 나는 동생이 1명 뿐이 되는 건가. 계동이는 살아 돌아 오려나.

내가 계동이 속치마 못입게 때려서라도 말렸어야 했는데'

 

그리고 계동이는 맛나게 요구르트를 쪽쪽 빨면서 돌아왔다.

요구르트에 대한 만족감으로 얼굴에 만연한 미소를 띄우며

턱에는 아주 큰 붕대를 붙이고 돌아왔다.

그리고 나에게 자랑했다.

"언니 엄마가 꼬맬 때 안울고 잘 참으면 요구르트 준다고 해서

나 하나도 안울었다?" 

 

죽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