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등분의 신이다. 등신이 아닌 등분의 신!
우리는 세자매이므로 하나를 셋으로 나누어 나눠먹어야 하는 일이 비일비재했다.
그때마다 나는 큰언니된 권한으로 음식을 3등분하는데
이때 주의할 점은 각각의 등분이 일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만약 하나의 조각이 나머지에 비해서 작다면 그 조각을 내가 먹게 되는 불상사가 일어난다.
한창 자라나는 개똥이는 작은 조각을 먹으면 성장에 저해될까봐 줄 수 없고
계동이에게 가장 작은 조각을 주었다간 도끼눈을 하고 나를 부라리기 십상이다.
그러므로 가장 작은 조각은 내 몫이다.
권력이란 그런 것이다.
잘 모르겠다. 우리 부모님은 첫째인 내게 권력을 주셨다.
덕분에 두 동생들을 거느리고 밖에 나가면 3명이 한 팀이니 어떤 게임이든지 할 수 있어서
누군가 놀고 싶어하는 아이가 있으면 우리 팀에 끼워서 함께 놀 수 있었다.
그러니 골목에서도 나는 골목 대장이 될 수 밖에 없었다.
하지만 권력을 잘 유지하고 다루기 위해서는
수하들의 심기를 거스르지 않고 마음을 얻어내는 일이 필연적이다.
3등분 후 가장 작은 조각은 내가 먹는 일이나,
조개를 까서 줄 때 살은 동생들 입에 넣어주고 붙어있는 찌끄러기만으로 내 입을 축인다거나,
학교에서 간식이 나오면 친구들이 먹을 때 나혼자 꼭 참고 안먹다가
집에 들고 가서 두 동생이 먹을 수 있도록 반으로 갈라서 나눠준다던가
하는 일이 다 권력을 유지하기 위한 일이다.
한편은 이런 일이 비일비재했다.
계동이는 슬프게도 어릴적 아토피로 고생하곤 했는데 참으로 라면을 좋아했다.
개똥이는 별 이유없이, 그냥 음식이니까 라면을 좋아했다.
계동이와 개똥이는 하교하면서 둘이 손잡고 슈퍼마켓에 가서
소고기라면을 하나 사서 집에 온다.
그리고 예의상 권력자인 나에게, 그 라면을 건네며 묻는다.
"언니도 먹을래?"
그런데 가만 보면 라면을 건네거나 보여주는 그네들의 손은
사시나무 떨듯이 벌벌 떨리고 있다.
라면이 하나니까 내심 큰언니가 양보해줬으면 하는 것이다.
참으로 안타깝게도 내 어릴 적 시력이 무척 좋은 편이라 그 떨림이 무척 선명하게 보였고
그래서 나는 라면을 좋아하지 않았다. 그것은 대외적인 불호였다.
대신에 라면을 기막히게 끓이는 것은 잘해서
항상 라면을 끓여서 두 동생들에게 줬던 것같다.
다시한번 말하지만 권력을 유지한다는 것이 이런 것이다.
이 모든 것은 희생이 아니었다.
자발적이고 사랑에서 우러나온 권력유지의 기반이었달까?
'세자매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6 세자매 일기; 내동생 계동이와 계동이 동생 개똥이 (1) | 2024.01.03 |
---|---|
#5 세자매 이야기; 내동생 계동이와 계동이 동생 개똥이 (4) | 2024.01.02 |
#3 세자매 이야기; 내동생 계동이와 계동이동생 개똥이 (1) | 2023.12.28 |
#2 세자매 이야기 ; 내동생 계동이와 계동이 동생 개똥이 (3) | 2023.12.27 |
#1 세자매 이야기; 내동생 계동이와 계동이 동생 개똥이 (2) | 2023.12.2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