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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일기

#21 결혼일기 '애니어그램으로 알아보는 그와 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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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가 애니어그램 9번 유형이라는 것은 알고 있었다.

그러나 내 유형에 대해서는 5번이라고 짐작만하고 있을 뿐 뭔가 석연치 않은 부분이 있었다.

그러다가 최근에 내가 애니어그램 2번 유형임을 확신하게 되었다. 

다음은 애니어그램 9번과 2번에 대한 설명이다.

순서대로 9번, 다음 글에서는 2번에 대해서 설명하겠다.

먼저 9번의 특성은

1. 웬만해서는 를 내지 않는다

2. 평소에 온화한 성품으로 여러 사람의 갈등을 조절하는 피스메이커로 활약하지만

반대로 극도로 우유부단하고 의욕이 없어 나를 답답하게 만들 수도 있다.

3. 주어진 현실에 대부분 만족하며 안주하려는 성향이 강하다.

이들이 자발적으로 성실하게 학교에 가고 바쁘게 움직이더라도그것은 그 상황에서 이들이 안정감을 느끼기 때문일 뿐이다

4. 인내심이 가장 많고 가장 다양한 관점을 가져 가장 인격적으론 결함이 제일 적은 경우가 많다. 자신의 정체성은 사라지는 대신 다른 1번부터 8번까지의 성격을 다 받아들이면서 인간의 본질에 가장 가까워졌다.
5. 의사가 모호하면서도 내면의 고집이 강하다.  타인 또는 외부 세계에 결정을 맡김으로서 자신이 자유롭게 생각하고 행동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려는 것이다.


그렇다. 그는 자신의 의사를 똑바로 말하지는 않지만 내면의 고집이 강한 사람이다.

그 부분이 나를 미치게 만드는 것이다.

온화하고 인내심이 많으며 나의 모난 부분을 품어주는 듯한 성품에 감동을 느껴서 그와 결혼 했지만

반대로 갈등상황에 뚜렷한 입장을 취하지 않으며 일상에 아주 수동적으로 임하는 태도가

결혼 후 나를 미치게 만드는 것이다.

그를 움직이게 하려면,

두손으로 그의 어깨를 잡고 그의 두눈을 똑바로 응시하면서 최대한 간결한 어조로 명령해야 한다.

 

연애 초기 때가 떠오른다. 그때 이미 나는 지금의 상황을 직감했을지도 모르겠다.

그는 매일같이 나를 찾아왔지만 막상 만나면 하자고 하는 것은 없었다.

뭘해도 다 오케이. 네가 하는 거면 뭐든 좋다는 식이었다.

뭘 먹자고 해도 다 오케이. 네가 좋아하는 거면 나도 좋아한다는 식이었고.

그때 나는 그의 그런 모습에서 괘씸함과 불안감을 느꼈다.

모든 의사 결정을 나에게 미루는 모습에 대한 괘씸함과

만약 내가 그의 말을 곧이 곧대로 듣고 내가 원하는 것만 했을 때 

그의 내면에 쌓여갈 불만들에 대한 불안감.

그래서 그에게 이렇게 말했더란다.

"네가 나를 배려해서 그렇게 말하는 거라면 그만둬.

우리 둘이 동등한 관계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서로가 원하는 것과 좋아하는 것을 명확하게 말할 수 있어야 해.

만약 네가 좋아하는 것을 내가 좋아하지 않더라도 그럴 수 있는 거야.

너는 요구하고 나는 거절할 수 있는거야. 반대로 내가 요구하고 너도 거절할 수 있는거야."

 

그 뒤, 추운 겨울날 그를 만나서 오늘 점심으로는 뜨끈한 칼국수를 먹고 싶다고 했다.  

그런 나에게 그는 말했다. 

"소중한 한끼를 칼국수로 떼우긴 싫어. 나는 칼국수를 좋아하지 않는 것 같아."

나는 감동했다.

전혀 자신의 의사표시를 하지 않던 사람이 자신의 의사표시를 해주다니!!

"그렇게 말해줘서 고마워. 우리 절대절대 칼국수 먹지 말자. 그럼 뭐 먹고 싶어?"

.

.

.

그로부터 7년이 지났다.

나와 함께한 7년의 세월 동안 그는 자신의 정체성을 아주 단단하게 확립했고

그에 대해 아주 자랑스러워하고 있는 중이다.

마치 미운 4살과 같이 말한다.

"아니아니 그건 별로야"

"나는 그걸 원하지 않아."

"나는 치킨을 좋아해. 오늘도 내일도 치킨을 먹고 싶어"

"고기가 먹고 싶어."

 

그렇다

이제는 상황이 바뀌었다.

이제 나는 그에게 말한다.

"여보, 왜 요즘 자꾸 여보 정체성이 생기지? 예전에 정체성 없던 때로 돌아가면 안되겠니?"